에트나 정상에 올라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지프를 타고 어느 정도 올라간 뒤 모두 내려 걸어서 이동했다. 걷는 동안 어떤 장면의 전환을 기대했지만, 오르고 올라도 하늘과 검은 바닥뿐이었다
Etna 2025
위로 갈수록 밟고 있는 흙은 찰기가 하나도 없어 굉장히 미끄러웠다. 이렇게까지 찰기 없는 검은 흙이 끝없이 펼쳐진 것은 처음 보았다. 생각해 보면 흙의 찰기는 당연하지 않다. 돌에 바람이 불고, 물이 지나가고, 쌓인 나뭇잎 같은 것들이 썩으면서 서서히 형태를 잃고, 그래서 그 위에 생명이 씨앗을 심을 수 있을 때까지 수억 년에 걸쳐 변해온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실은 그렇지 못한 땅을 밟을 때 깊게 느껴진다. 최근에 폭발해서 생겨난 이 봉우리들은 어쩌면 땅이 아닌, 그냥 화산 분출물 부스러기들의 펼쳐짐일 뿐이다.
Etna 2025
이전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밟아서 생긴, 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어떤 것을 따라서 끝없이 걸었다. 한참을 올라가도 바뀌는 풍경이랄 게 없었다. 이 산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에게 대단한 장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을까.
예전에 본, 화산을 연구하는 탐험가 부부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I imagine the spectacle of us seen from above: a ridiculous column of tiny ants climbing up the back of the giant beast and saying in arrogance:
"I climb upon you to understand you, to tear your thousand-year-old secrets from you, so that science can progress!"
How great is the ambition and vanity of man?
나는 위에서 내려다본 우리 모습을 상상한다. 거대한 짐승의 등을 기어오르는, 우스꽝스러운 작은 개미들의 행렬을. 그리고 오만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를 이해하기 위해 네 위에 오른다. 네가 천 년 동안 간직해 온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과학을 진보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야망과 허영은 얼마나 거대한가?
— 《Fire of Love》(2022)
한참을 오르다 정상에 도착했다.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유황 냄새야 아이슬란드에서도 이미 맡을 대로 맡았지만 에트나 정상은 배로 지독했다. 고산지대의 강풍을 동반했을 때는 또 차원이 달랐다. 가스가 하늘과 시야를 뒤덮었다. 이미 해발 3,000미터 이상으로 올라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데, 그나마 들이쉴 수 있는 공기마저 유황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천으로 입과 얼굴을 모두 막고 눈만 간신히 내놓은 채 길을 기어갔다.
Etna 2025
정상에 가까울수록 경사도 가팔랐다. 발 두 개가 겨우 놓일 너비에 옆은 낭떠러지인 길이 꽤 있었다. 역시나 흙에 찰기가 거의 없어 미끄러웠다. 조금만 집중을 잃으면 발을 헛딛을 것 같았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옆은 낭떠러지인데, 발은 미끄러웠다. 갑자기 살아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아뿔싸, 과호흡 증세가 와버렸다.
Letter from Matter는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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