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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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돌, 2023년 개인전 


마음의 무게

천년이 지나도 만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물질을 마치 조물주인 양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실금이 생겨서, 약간 휘어서, 햇빛에 놓고 보아야 보이는 작은 얼룩 때문에 수도 없이 깨서 버렸다. 하나의 형태를 수십 개, 수백 개를 만들고 버리면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손이 움직일 때쯤 그제야 깨버리는 것 보다 남기는 것이 많아졌다. 그렇게 무결한 도자기만 살아남았고 조금 더 정교해졌다. 신체의 감각이 더 정교해질수록 무언갈 만들어 내야 하는 나의 마음은 반대로 더 무거워졌다.

나의 선생님은 도예가는 늘 하늘이 아닌 땅을 보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땅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방하는 일이라는 것은 수년 전부터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화산에서 분출한 돌이 모래가 되고 흙이 되며 땅이 된다. 다져지고 열을 만나 다시 돌이 된다. 그리고 수억 년이 지나면 지각 아래로 밀려들어 가 녹아내린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도자기가 만년동안은 사라지지 않지만, 억 년이 지나면 다른 땅 위의 것들과 지각 아래에서 다시 녹아 없어질 것이다. 고작 잘살아 봐야 백 년을 사는 인간이 억 년 단위의 생각을 하는 게 조금은 우습지만 약간은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만년동안은 사라지지 않지만, 수백만 년 뒤쯤엔 모래가 되고, 결국 억 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돌처럼 그런 돌을 세상에 조금 더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면 나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든다.


대지에 부는 바람

올해 여름, 아이슬란드의 생경한 자연환경을 매일 보는 일은 예상외로 감정적으로 지치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 아이슬란드에서 직접 화산을 보고 나선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지질작용을 간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물론 그것은 화산활동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년과 재작년 두 번 폭발한 화산 아래를 혼자 걸었다. 화산은 거대하고 경이로우며 두려울 정도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실제로 작년에 폭발한 용암 근처에 가면 땅이 약간 물렁하다. 그 땅을 밟고 있으면 잠자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의 등 위를 밟고 있는 것 같다. 그날은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스스로를 지탱했다. 맞은 편에는 땅에 바짝붙어서 뿌리 내린 작은 풀들이 바람에 파도쳤다. “Mother Nature she can do whatever she wants” 화산으로 가는 여정을 안내하던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난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읽은 소설에 ‘늘 새바람이 그녀 쪽으로 불어오는 나날’이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쓰였지만, 머리에 맴돌던 구절이 있었다. 지각을 통째로 삼키고 녹여내고 뿜어낸 새카만 용암 돌덩어리로 가득 찬 대지. 그 위에 불어오는, 마주하기 고통스러운 거센 바람은 키 작은 풀을 춤추게 한다. 그런 바람이 계속 불어, ‘늘 새바람이 그녀 쪽으로 불어오는 나날’이 계속되면 이 거대하고 검은 돌은 해변의 검은 모래가 되어 파도를 타고 다시 바닷속으로, 지각으로 들어간다.


압축하고 편집하는 즐거운 마음

기질적인지 늘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 싶어 했다. 마치 무엇도 쥐고 있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러다가 어느 날은 정말로 손에 쥐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손에 흙을 잡았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을 변하지 않는 물질에 가두고 싶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만들어 왔는데 어느 날 반대로 사라짐이 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늘 온전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놀이를 시작하기로 했다.

수천 년 전 이집트인들은 사막에 모닥불을 피워 추위와 어둠을 피하던 사람들이 모래가 녹아 유리구슬이 된 것을 발견한 것이 도자기 유약의 시초이다. 유약을 모래로 만들어 흙에 섞어보기로 했다. 섞은 흙으로 만든 도자기 위에 또 유약을 칠하고 그렇게 다시 땅 아래 열기로 집어넣으면 그것들은 녹아내릴까 부풀어 오를까 사라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은 놀이를 시작했다.

지질 공부를 하면서 나의 작업 과정이 자연의 경이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지만 여름에 실제로 본 화산은 경이를 넘어선 압도감과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런 종류의 감정은 절대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 불러일으킬 수 없다. 유사점을 찾는 일은 즐겁지만 결국 내가 가마 안에서 흙과 돌을 녹여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은 자연이 아니다.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감정은 역설적으로 또 한 번 나를 가볍게 만든다. 내가 만들어 낸 가상의 대지이며 가상의 돌이다. 어떤 과정은 화학적인 측면에서 모방하고 어떤 과정은 정말 돌을 찍어내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표면을 모방한다. 나는 이것을 펼쳐내고 휘어지게 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을 만들어 낸다.


돌을 찍어 돌을 만드는 일

처음 흙 위에 돌을 찍어 돌을 만든 작업은 학부 졸업 작업인 10년전 이었다. 그 후 몇 년은 영상디자인으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며 흙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혹은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당시에 나는 공예비엔날레의 초대작가들의 짧은 다큐멘터리도 제작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하루는 중견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하는데 그는 인터뷰 중 그에게 있어 공예는 기록이라고 말하였다. 누군가는 일기장에 글로 하루를 기록하듯이 그는 나무 위에 하루를 기록한다고 하였다. 당시 25살이던 나는 그 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이 있어서 편집하는 동안 그 말의 시작점에 커서를 놓고 반복 재생을 시켰다.

6년 전 도예 작업을 다시 시작했을 당시 여러 가지 개인사로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덴마크에 있던 나는 예정보다 급하게 귀국 했고 돌이켜 보면 취업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는데 그저 흙을 다시 만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놓았던 작업과 경제적 독립을 동시에 시작해 버렸다. 나는 늘 마음이 급했다. 하고 싶은 것과 만들고 싶은 것은 많은데 손은 굳어버렸고 빠르게 내가 원하는 수준의 정교함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캐스팅 작업을 시작했는데, 열에 아홉은 깨지거나 휘어서 도저히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공률이었다. 다시 1년 반을 캐스팅 작가님께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그렇게 몇 년의 작업을 이어가고 내가 재료에 대한 지식이 얇팍하다는 생각과 한계를 느껴 3년을 유약 연구소에서 재료를 배웠다. 캐스팅할 때는 1분 단위로 결과물이 바뀌기에 타이머가 끊임없이 울렸고 재료 연구를 할 때는 저울 1g 혹은 0.1g 단위의 무게에 씨름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이며 어떻게하면 가장 효과적일까를 생각하며 늘 발을 동동굴렀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빨리 만들기, 정교하게 만들기, 결과 통제하기 등 이런 것을 많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스스로 펼쳐진 돌이라고 명명한 이 흙판 위에 돌을 찍어내는 행위를 10년 만에 다시 하였다. 흙판 위에 돌로 찍어 질감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이 작업의 여러 과정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도 가장 몰입해서 하는 작업이다. 인위적인 반복 패턴을 피해가기 위해 힘의 강약을 조절하며 종류가 다른 돌을 사용한다. 이런 과정은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의 직감적인 판단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머리에 떠다니는 생각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듯 차분해진다. 불현듯 기억 저 뒤편에 있던 예전 편집했던 영상 속 그의 말이 떠올랐다. 아 나에게도 드디어 공예가 기록이 될 수 있을까. 그에게 기록으로서의 공예가 이런 맥락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의 시작점에 계속해서 커서를 옮겨 놓던 8년전 그때의 그 마음이 일렁였다. 이전까지는 늘 어떤 첫 장면을 구상하고 그 안에 필요한 오브제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그 구상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생겨나는 변수를 제거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이를테면 유약은 기포나 요철 없이 매끈하게 나와야 하고 흙 표면은 기스나 크랙없이 말끔히 나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수도 없이 다듬는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제거하는 게 아닌 쌓아나가는 방식이다. 돌을 찍어내며 만드는 자국은 표면에 정직하게 쌓여가고 흙 반죽에 유약으로 만든 모래들을 그때그때 다르게 첨가해 넣는다. 이 모래들은 가마 안에서 유리가 되고 표면에 남아 빛을 투과시키기도 하고, 녹아서 사라지며 구멍이 되기도 한다. 가마를 열면 내가 남긴 기록과 계획한 우연을 동시에 발견하게 된다.

내가 만드는 도자기는 가상의 어떤 화산 지대의 표면일 수도 좌표상 존재하지 않는 해양지각의 단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만 년의 작용을 흉내 내면서, 지구의 시간을 압축하고 편집하는 마음으로 나는 작업을 조금은 더 오래,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은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Flattened Stone, Solo Exhibition in 2023


The Weight of the Heart

Even after a thousand years, even after countless millennia, I have been created the substance that never disappears seemed as if it were created by a deity. However, due to small cracks, slight warping, and tiny blemishes visible only when placed under sunlight, countless pieces were shattered. Making dozens, hundreds of shapes and discarding them, eventually, the act of leaving behind rather than breaking became more prevalent. Thus, only flawless pottery survived and became more refined. As the senses became more acute, the burden on my mind, the need to create something, grew heavier.

My teacher always advised me, as a potter, to observe the earth rather than the sky. I vaguely understood long ago that making pottery is an imitation of what happens beneath the earth. Rocks erupted from volcanoes turn into sand and clay, becoming earth. Crushed, meeting heat, they turn back into rocks. After millions of years, they are pushed underground and melt away. So, while the pottery I make may not disappear for millennia, after eons, like other earthly things, it will melt away below the surface. It may seem amusing for a human, who at best lives for a hundred years, to think in terms of millions of years, but it brings a sense of freedom. Although it may not disappear for millennia, eventually turning into sand after millions of years, and finally, like disappearing stones after billions of years, if as someone who makes such stones, I could make myself a bit lighter.


The Wind Blowing on the Earth

Seeing Iceland's unique natural environment every day during this summer was unexpectedly emotionally exhausting. Especially regarding the idea that making pottery by directly observing a volcano in Iceland simplifies geological processes (of course, it is not just about volcanic activity), I began to rethink. I walked alone beneath the volcano erupted last year and the year before . The volcano was massive, awe-inspiring, and exuded a terrifying vitality. Indeed, the ground near the lava erupted last year felt slightly soft. Stepping on it felt like stepping on the back of a sleeping giant living creature. That day, the wind blew so fiercely that I had to exert all my strength to stay upright. On the opposite side, small grasses rooted firmly in the ground swayed in the wind. "Mother Nature she can do whatever she wants," the guide who led us to the volcano said. This reminded me of a phrase I read in a novel on the returning plane, "The days, the fresh breeze always blew toward her" used in a completely different context, but there was a phrase that lingered in my mind. The earth filled with solidified lava rocks, eroded by time, and blown upon by the agonizingly fierce wind, causing small grasses to dance. If such wind continues to blow, "the days when the fresh breeze always blew toward her" will continue until this gigantic, black rock becomes black sand on the beach, riding the waves back into the sea, back into the geological ages.


Compressing and Editing with Joy

I always wanted to hold onto things that seem to disappear. It was as if I wanted to make something tangible, like someone who couldn't hold onto anything. So I grabbed clay again. I wanted to confine things that scatter and disappear to immutable substances. Thus, although I had been creating incessantly, suddenly the idea of being able to let go of them occurred to me. I always thought I had to create something perfect, but now I decided to start playing.

Thousands of years ago, the Egyptians, while escaping the cold and darkness by building fires in the desert, discovered that sand melted into glass beads. This was the origin of ceramic glaze. I decided to fire glaze to make it to sand. I applied the fired glaze onto the clay, then covered it with glaze again, and fired it just like what the earth does . Would they melt away, swell up, or disappear? I began this experiment while contemplating these possibilities.

While studying geology, I was excited to realize that my work process was closely related to the wonders of nature. However, the volcanoes I saw in the summer overwhelmed me with a sense of awe beyond wonder. Such emotions cannot be elicited by anything human-made. Finding similarities is enjoyable, but ultimately, the feeling that I can make something disappear paradoxically makes me feel lighter. What I make is a virtual piece of land or an imaginary cross-section of the ocean floor. Some processes mimic geological actions, while others imitate surface patterns using primitive methods of shaping stones. I create something that exists and yet doesn't exist, oscillating between presence and absence.


Creating Stones by Shaping Stones

The first time I shaped stones by hitting them on clay was my undergraduate thesis project ten years ago. After that, I spent several years studying video design in graduate school, spending time in front of cameras or monitors instead of clay. At that time, I even produced short documentaries about invited artists at craft biennales. One day, while editing an interview video of a mid-career artist, he said that for him, craft was a form of documentation. He said he documented his days on wood as if writing in a journal. At the age of 25, I didn't fully understand his words, but there was a subtle resonance, so I kept rewinding to the beginning of his statement while editing.

Six years ago, when I started pottery again, I was experiencing various personal situations I had never encountered before. While in Denmark, I hastily returned home earlier than planned. Looking back, although getting a job was a rational choice, I started working on clay and striving for economic independence just because I wanted to touch clay again. I was always impatient. I had many desires and things I wanted to create, but my hands were stiff. I started casting work because I wanted to create intricate details quickly, but the success rate was so low, with nine out of ten pieces breaking or warping to the point of being unusable. I spent another year and a half learning casting from scratch from a casting artist. Then, feeling that my knowledge of materials was superficial and facing limitations, I spent three years learning materials at a glaze research institute. When casting, I struggled with timing every minute because the result changed, and when researching materials, I grappled with weights of 1g or 0.1g on a scale. Constantly thinking about what I could do best within a limited time frame and how to be most effective, I constantly paced back and forth.

During this project, I let go of the desire to make things quickly, intricately, or control the results. So, after ten years, I returned to the act of shaping stones on this clay slab named "Unveiled Stones." The process of creating texture by hitting stones on the clay slab is the most time-consuming and immersive among the various processes of this work. To avoid artificial repetitive patterns, I control the strength of the force and use different types of stones. This process is not driven by a flow of thoughts but rather by intuitive judgments at the moment, so any thoughts floating in my mind settle down under the busy movement of my hands. It becomes calm, like writing a diary while organizing the day. Suddenly, I remembered his words from the video I edited before. Can craft finally become documentation for Ana? I still don't know if craft as documentation was his original intention, but the heart I placed on the starting